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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2006)

 이전에도 얘기한적이 있긴 한거 같은데, 엔간한 흥행작은 걍 넘어가고 보는 것이 그간의 전통(?)이었기에 월드컵 16강 탈락의 여파로 근 두달간 주구장창 홍보를 해대고있는 본 영화 또한 당근 못볼 줄 알았으나, 어이없게도 개봉일 하루전(7월 26일)에 보게 되었다. 원래 개봉일 하루 전에 이렇게 상영하곤 하나? 암튼 뜻밖의 수확. 그리고 대박ㅋ(이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당 영화의 관람계획이 있으신 분은 이쯤에서 알아서 창을 닫으시라)

1. 개인적으로 '괴물'이란 영화가 개봉한다고 했을때 난 설마 진짜 괴물이 등장할까 싶었다. 솔직히 은유적인 의미인줄 알았고 CG같은건 거의 쓰이지 않을 줄 알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속에서 괴물은 끊임없이 출몰(?)하며, 더욱 놀라운것은 당 영화가 '괴수'로서의 괴물 뿐만아니라 은유적인 의미로서의 괴물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느낀걸 한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봉감독 덕택에 우리나라 괴수영화(?)는 다 찍었네.'

2. 영화는 '한강에 괴물이 살고 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라는 의문에 충실하다. 때문에 괴물이라는 비현실적 매개체로 정말이지 어이없을정도로 적나라하게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으며, 덕분에 국가라는 괴물, 자본이라는 괴물 또한 실제(?) 괴물과 병존하며 등장한다.

한강에 괴물이 등장했지만, 괴물을 일단 잡기보다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약을 푸는 것(약을 '풀기' 위해선 약을 '팔아야'했을게다)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보려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초국적 자본(?)의 태도를 통해, 애초부터 알카에다를 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던(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자신의 생명으로부터까지도 '소외'될 수 밖에 없었던)테러와의 전쟁이 떠올랐다면, 그리고 그 간단한 핸드폰 위치정보에 대해서마저 '아무나 해줄수 있는것이 아니라는'이야기를 해대는 그 알량한 권력을 통해 애초 수요-공급에 따라 조절되는 것이 아닌(GPS정보에 있어서 '수요'가 딸린다는 소리는 제발 하지 말자), 독특한 권력 배분방식으로서의 현대 자본주의가 연상되었다면 정말이지 오바하는거겠죠? 응ㅋ

3. 하여간 이러저러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이지만(여담이다만, 이 영화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할지 다소 의문스러울 지경이다-_-;;;) 개인적으로는 '소외'라는 측면에서 영화가 자꾸 밟혔(?)다. 강두는 눈물을 흘리며 '제발 자신의 말좀 들어달라'고 이야기하지만, 애초부터 미국인 의사와 그의 통역관(통역관의 우리말 발음은 그가 꽤나 외국물 먹은분임을 암시한다)은 들어줄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기획대로 바이러스가 '있어야'하며, 결국 강두가 미쳤다는 생각에 그의 머리를 후벼파고(?)만다.

괴물에 의해 희생된 유족 당사자들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국가라는 '괴물'은 그저 자신의 기획대로 자신의 이야기만 해대며, 결국 힘없는 개인들은 대량으로 소외되고 만다. 권력은 '이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애초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를 가르는 구분 기준은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가 아닌, 의사라는 '지위'와 환자라는 '지위'뿐이었다!)도 오로지 자신의 권위와 매커니즘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며, 때문에 결과적으로 권력 자체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하지만 '인간'에게는 심대한 위협이 되는-괴물을 그저 방치하고 보고만 있을 뿐이다.(결국 괴물을 '처리'한 것은 권력이 아닌 개인들이다.) 인간의 질서를 위해 존재한다는 권력과, 인간의 생명을 위해 존재한다는 근대의학의 일방성은 정작 인간을 깔아뭉개고 소외시킨다.

안타까운 것은 그 속에서 개인들 또한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강두는 그저 병원에서 탈출한 정신병자일 뿐이고, 남주는 살균처리되지 않은(?) 보균자일 뿐이며, 남일이는 걍 세상에 쎄고쎈 대졸 백수일 따름이다.(남의 일이 아니다ㅠ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그 누구로부터도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없는 그들에게 권력 뿐 아닌 세상 자체가 괴물일 뿐이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고, GPS로 개인의 위치까지 추적할 수 있는 시대에, 개인은 더욱 '이해'되기보다는 '왜곡'되며, '가까워'지기보다는 더욱 '무서워'지고 있다. 기술은, 기술로 인한 '오염'의 산물인 그 '괴물'처럼 인간관계도 '오염'시켜 괴물로 만들고 있는건 아닐까?

4.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결론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영화는 한강변의 괴물을 죽였다고 해서 주인공 가족들을 영웅으로 만들어주고,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식의 헐리우드틱한 해피엔딩으로 끝내지 않는다. 백수였던 남일이는 그냥 백수일 것이고, 남주는 '고작해야' 전국체전 동메달 리스트(우리의 스포츠뉴스는 언제나 이렇게 이야기한다. "XXX선수,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습니다." 하물며 동메달이라고 다를쏘냐)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강두는 여전히 한강둔치 가게를 지키며 겨울을 보낸다.

'영웅' 또한 따지고보면 권력의 기획 속에서나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권력에게 있어서 위와같이 '덜떨어지는'(?)인물들은 영웅으로 만들법한 껀덕지가 전혀 없다.(그런면에서 정말이지 '영웅적'이었던 희봉의 쓸쓸한 죽음과는 대조적으로, 미군병사의 사망을 알리는 언론의 모습은 시사적이다) 그리고 권력의 기획으로부터 소외된, 때문에 사실상 믿을 곳이라고는 가족 공동체밖에 없는 개인에게도 권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지막 씬에서 정작 자신을 그렇게 괴롭혀왔던 '괴물'과 '바이러스'에 관한 뉴스가 나오고 있어도 강두와 새로 온 아들(?)이 그저 먹는 데 집중할 따름인것은, 그들이 그저 멍청해서가 아니라, 실제 그들이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5. 간혹 본 영화의 정치적 메시지를 '반미'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해석에 대해서는 다소 아니다싶다. '반미'라는 단어의 정치사회적 뉘앙스 때문에도 그렇고, 영화가 그렇게 협소한 부분에서의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아울러 이는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기사를 봐도 알 수 있는데, 미군의 오염물질 방류는 이 영화의 애초 모티브가 된 것이 아니라, 영화 기획 이후에 괴물의 '이유'로서 덧붙혀진 것이라고 한다.)

단적으로 영화는 '반미'이전에 '환경'을 이야기하고 있고, 무엇보다 '인간소외'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나 자본주의로 인한 인간소외, 그리고 영화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반전평화같은 '가치'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함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제국'으로서의 미국이라는 존재가 언급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반미가 다른 종류의 안티담론(?)과 다른 의의(?)를 지닌다면, 아마도 바로 이 지점에서일 것이다) 그래서 영화속에서 미국은 그러한 가치들 '때문에'언급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 대한 비꼼 또한 반주변부 국가(?)로서의 무능함에 맞추어진 것 아니었을까?

6. 개인적으로 역시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변희봉씨의 마지막 들어가라고 하는 장면. 아, 감동의 도가니탕. 지극히 정치적인(?) 영화평을 썼다만, 역시 기억에 남고 맘에 들었던 것은 바로 그 '드라마'적 요소였다.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도가지나칠 정도로(?)괜찮았고, 더군다나 고아성 양은 신인이라는데 놀라부렸다-_-;;;;;;;

지리지리 지루하게 영화평은 썼다만, 사실 맘에 드는 영화평은 다른 곳에 있다. 그런 점에서 몇개의 글을 링크해 놓는다. 우선 영화를 이해함에 있어 꽤나 도움이 될법한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기사.
오른발은 코미디 왼발은 비극...그냥 걷는 리듬으로 찍었다 <한겨레>

그리고 한겨레21의 지극히 정치적인 영화평. 똑같이 '정치적'이라해도 내가 쓴거랑 확 차이난다.-_-;;;;
한강의 괴물, 한국의 자본주의! <한겨레21>

마지막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본 결과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영화 평 두개. 몇 가지 의문들이 이 글들을 통해 풀렸다. 그 외에도 하여간 고마운(?^^) 영화평이었다는ㅋ
phile님의 '괴물(the host)'
hermes님의 '괴물. 몇가지만'

ps.1 물론 영화에 옥의 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마지막 CG. 그때까지의 너무도 완벽했던 CG와 비교되면서 살짝(이 아니라 솔직히 '꽤나'-_-;;;;;;)만화같았다. 뭐 그래도 그 정도는 정말 '옥'의 티 아닐까 싶다.

ps.2 개인적인 취미상, 간간히 한강다리를 '걸어서' 건너곤 하는데(올해만 벌써 원효대교 두번, 서강대교, 잠수교 각각 한번씩, 그리고 마포대교 여섯번-_-v) 이거 앞으로 무서워서 어디 건너겠나 싶다. 사실 봉감독이 '드러낸' 한강과 한강다리들의 그 우악스럽고도 언제나 생경할 '수밖에 없는' 정경들은, 개인적으로도 묘하게(?) 매력을 느껴 온 풍경이었기에 굉장히 반가웠고 만족스러웠다.

진짜 '서울다운' 공간을 드디어 영화에 옮겼구나 싶긴 하지만, 아직 하나 남은 것이 있는것 같다. 그건 바로바로 '아파트 단지'. 요즘들어 부쩍 잘 모르는 동네 아파트 단지에만 들어가면 그 생경하고도 야만스런(?) 묘한 분위기에 역시나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곤 한다.(난 변태????-_-;;;)

by Hong | 2006/08/01 00:16 | 목록보기 | 트랙백(3)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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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렉시즘(rexISM).. at 2006/07/28 14:36

제목 : [괴물] : 더 많은 괴물(들)을 위하여.
[환한 미소로 : 스포일러에 대한 배려 없음] 카메라는 콸콸 쏟아붓는 포롬 알데히르병을 끈질기게 나열한다. 조직 사회의 이상한 부조리는 몰상식과 말 한마디의 상명하복 체계에 의한 법. 해방 공간 60여년이 지나도 예속 국가의 형편은 이렇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물에 흙탕물이 된 거대한 도시의 물줄기. 그곳에 고기를 낚겠다는 이도 있고 한 생을 마감하려는 자본가도 있다. 컵안에 들어올만치 조그맣던 돌연변이는 어느새 사람 고기 맛을 ......more

Tracked from 딸기밭은 영원히! at 2006/08/04 19:38

제목 : 괴물. 몇 가지만.
마음잡고 괴물에 대한 포스팅을 하려다가 주제를 못 잡고 늘어지는 느낌만 가득하여 접어버렸어요. :( 어쨌든, 봉준호 감독의 이 영화는 하나의 현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름만으로도 뉴스 거리가 되고, 보지 않은 이들을 소외시켜가는(혹은 그렇게 느끼도록 만드는) 괴물같은 영화가 되고 말았죠. 하도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제가 한 마디 붙여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정말 재밌고, 슬프게 봤으......more

Tracked from 외날개 히요Heeyo at 2006/08/05 16:08

제목 : 괴물 감상문 수집~*
밸리를 돌면서 멋진 괴물 감상문들을 많이 만나 이렇게 모아둡니다 >.< 물론 제가 괴물에 우호적이므로, 비판적인 감상문들은 대개 그냥 지나가고 우호적인 것만 골랐습니다;; * 괴물(The Host, 2006) - 5150님 ☞ 가장 인상적인 괴물 리뷰!!! * 괴물 - 알케오니아님 ☞ 흑백반전처리해둔 문장이 너무 인상적임. * 괴물을 보고 와서 - Gik_k님 ☞ 에잇 감동 ㅠ.ㅠ 엔딩이 너무 절절하게 떠오르게 해주......more

Commented by 렉스 at 2006/07/27 17:33
네...먹이는 행위가 중요하게 보이더군요. 변희봉은 고아성에서 하얀 만두를 주고,
영화 말미에 송강호는 '아들'에게 밥 먹으라 일어나라고 하고....
Commented by Hong at 2006/07/27 22:17
그렇죠? 초반에 송강호가 오징어 다리 먹은것도 그렇고, 먹지말라는 의사의 말을 어기고 골뱅이 통조림 까먹는것도 그렇고...^^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6/07/27 22:43
그러니깐 재미있다는 뜻?
Commented by Hong at 2006/07/27 23:10
그렇죠ㅋ^^;;;;;;(결국 한문장으로 압축되는 것을..ㅠㅠ)

살짝 의외였던건
1.정말 '괴물영화'더라는 것.
2.사람이 좀 죽어나가더라는 것.(?^^)
3.생각보다 정치색이 강하더라는 것ㅋ
Commented by 탄이 at 2006/07/28 01:23
1. 한국적 아파트 단지에 대한 기막힌 영화는 윤종찬 감독 장진영 김명민 주연의 <소름>이 있지. 강추!

2. 괴물이 휘발유를 받아마셨던 건...인육에 대한 것도 있지만 술을 좋아하게 되서 그런 듯 싶어. 군데군데 맥주로 인해서 술을 밝히는 모습이 나오잖아. 휘발유도 알콜이니까...비슷한 느낌에 신나서 받아먹은 게 아닐까?

3. 잘 읽어쓰! 그나저나 이거 참 뭐라 쓰기 어려운 영화군!
Commented by dony at 2006/07/28 22:30
'괴물'먼저 보고...이 글을 읽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B군 at 2006/07/29 01:38
내가 평생 본 블랙코미디중 최고수준!! 그 달콤 쌉쌀함에 있어서는 단연 최고!!
Commented by B군 at 2006/07/29 01:41
그나저나 네놈의 글빨을 따라가려면 어떠한 공부를 해야 한다더냐? ㅡㅡa
Commented by alster at 2006/07/29 07:26
안 읽고 죽 내렸습니다, 보고 나서 나중에 꼭 읽어볼께요.^^
Commented by 히요 at 2006/08/05 16:09
안녕하세요, 좋은 영화 리뷰도, 좋은 인터뷰 링크도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 트랙백 할게요!
Commented by banyork at 2006/08/30 23:46
잘읽고갑니다 ^^ 한번더 괴물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주시는군요
Commented by iruri at 2006/08/31 19:17
요기 가입하고 첨으로 링크 걸었어요^^;
아직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지만 글잘읽고 가요~ 전 아직 괴물을 못봤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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